Film ・ Music/영화ㆍ추억의 영화

외화--바벨( Babel)

이호(李浩) 2007. 5. 23. 19:42

외화

 

 

                         바벨( Babel)

 

 

 구약성서에 연원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먼 옛날, 오만한 인간들이 하늘 높이 바벨탑을 쌓아 올라간다. 그 교만과 불신앙은 극에 달했고,  이에 더이상 참지못한 하느님(神)은 바벨탑을 무너뜨리며 인간들을 흩어지게 한다. 이 인간들을 분열시키고 고립시킨 것은, 더 이상 불순한 작당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신(神) 의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사진 1> 일본을 방문하고 있는 이냐리투 감독과 일본인 캐스트(左로부터 기쿠치, 이냐리투,야쿠쇼 氏)

 

 

이 분열과 고립의 덕분에 인간들(인류)는 제각기 다른 언어를 갖게되고, 의사소통에 있어서 치명적인 장애를 안게 된다.

 

"오늘날의 인간들이, 이 언어의 장벽을 뚫고 다시 마음을 통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하는 것이 이 영화가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바벨"은 모로코, 아메리카, 멕시코, 일본(3개 대륙)의 4개의 언어를 사이에 끼고 일어나는 인간의 절망과 재생(再生)를 심도있게 그려낸 장대한 휴먼 드라마이다.

 

골덴 글로브상 최우수 작품상, 칸느 국제영화제 감독상 등 큼지막한 영화상을 수상했고, 무엇보다도 농아(聾啞)인 여고생의 고독한 혼(魂)과 절규를  기쿠치(菊池凛子)가 박진감있는 연기로 표현한 것이 화제가 되었었다. 기쿠치(菊池凛子)는 2007년 아카데미상 조연여우상(助演女優賞)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모로코의 양치기 소년이 지나가던 관광버스에 일발의 총탄을 발사한다. 이 총탄이, 상실되어가는 부부간의 애정을 되돌리기 위하여 리챠드(블래드 피트 분)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던 수잔(케이트 브란셰트 분)에게 명중됨으로써 비극의 막은 오른다.

 

빈사(瀕死)의 아내를 살리기 위해 리챠드는 필사적이었지만, 언어의 장벽에 걸리고 만다.  

변경의 오지에서 일어난 발포사건은 테러로 취급되며 국제뉴스로 크게 다루어 진다. 공교롭게도 이 총의 서류상의 주인은 일본인 야스지로(役所廣司 분)였다. 이 야스지로도, 어머니의 자살로 인한 쇼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농아인 딸에 대한 갈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터였다.

 

그리고  여행을 떠난 부부가 돌아보지 않자, 아메리카에서는 유모가 두 아이를 데리고 멕시코로 들어가 버린다. 물론, 이 유모에게는 멕시코에 있는 자기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한다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져 간다. 비극의 연쇄이다. 언어의 벽과 고독과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들.   (특히 농아인 일본 여고생의 신체적 장애와 그로인해 군중속에서 겪는 고독과 슬픔이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하지만,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진짜 문제는 언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차별을 만들어 내는 인간들에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띄운다. 인종, 종교,신념, 빈부 등에 있어서의 차별...

 

이냐리투 감독은 지금까지 "아모레스 페로스", "21 g" 등으로 많은 상을 받아온 유명한 감독이었지만, 그러나 일본에서의 촬영은, 경찰이 교통체증을 우려했기 때문에,  꽤나 애를 먹었다고 한다. 촬영허가가 내리지 않아, 시부야(澁谷) 등지에서 게릴라 촬영을 감행했다고 한다. 일본경찰과의 숨박꼭질 끝에 간신히 촬영을 끝냈다는 것이다.

 

분리되고 격리된 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이냐리투 감독은 "배려(思いやり)"를, 기쿠치(菊池)는 "용서(許し)" 를, 야쿠쇼(役所)는 "유대(絆)"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연결고리로 하여 사회는 다시 엮어지고 합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이 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