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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황진이--은호의「첫사랑」황진이를 놓고 벌이는 “아버지와 아들”(戀敵)의 싸움

이호(李浩) 2006. 11. 3. 18:36

드라마 황진이

 

  은호의첫사랑황진이를 놓고 벌이는 아버지와 아들”(戀敵) 싸움

 

투르게네프(Ivan Turgenev , 18181883) 장편소설 아버지와 아들(1862년 출간)은 전통과 기득권을 보수하려는 구세대와, 구제도의 틀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신세대의 갈등과 대립을, 19세기 러시아의 거대한 사회구조속에서 그려낸, 투르게네프의 대표작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에 있어서, 요즘 흔한 말로 얘기되는 컨셉,  전통  vs. 자유, 리얼리즘  vs.  리힐리즘 정도이다.

   은호의 아비 김참판이 구제도와 전통을 고수하려는 아버지라면, 은호 도령은 사회제도와 구속(특히 반상의 법도)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인이 되고 싶어하는 아들이다.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에서도, 러시아라는 거대한 역사와 규범과 제도와 법도 앞에서, 그것을 지켜내려는 측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측의 대립과 갈등이 작품 전편을 통해 내내 표출되고 있다.

김참판은호 도령----출사하여 권세와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노린내 나는 양반, 첫사랑에 눈을 뜨고 농사꾼도 마다치 않는 풋풋한 사랑을 이뤄보려 하는 나이스 보이라는 선명한 대립각이다. 조선 중기라는 이 봉건적 시대상황에서 만나도 잘못 만났다. 전생에 무슨 연이 있어 이생에서 부자(父子)지간 으로 만났는고…?

 

 

 

 또하나 있다. 1860년 출간된 투르게네프의 단편 첫사랑」이다. 열여섯살 소년이 겪는 첫사랑의 아픔을, 얄궂은 대립구도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그려내고 있다.   

열여섯살의 주인공 블라디미르는 우연히 이웃에 사는 가난한 공작부인의 딸 지나이다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지나이다는 황진이처럼 개성이 강하고 적극적인 처녀이다. 그녀는 자신을 숭배하여 따라다니는 무수의 남성들에는 차디찬 위엄을 보여주며 그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블라디미르(은호 도령)는 지나이다(황진이) 의 마음에 들기 위하여, 그녀를 자주 만나기 위하여, 온갖 노력과 방책을 다 기울인다. 아∼그러나 블라디미르는 지나이다에 사랑하는 남자가 따로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 남자가 누구인가! 블라디미르는 가슴에 칼을 품고 야밤에 정원에서 연적을 기다린다. ! 그런데 저게 누구인가? 내 아버지가 아닌가? 연적이 바로 자기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블라디미르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은호 도령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주 11 1(), 11 2()에 방영된 황진이에서, 은호 도령에게 갑자기 연적이 나나탄 것이다. 그것도 김참판, 즉 은호 도령의 아버지가…… ( 계속)

  

 

( 계속)  드라마 황진이 11 2() 방영분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황진이를 놓고 김참판은호 도, 아버지와 아들이 피터지게 한번 싸워야할 것 같은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이리하여 김참판과 은호 도령은 연적이 되는 것이겠다. 무대는 잘 꾸며져 있다. 얼음값이 냉철한 여인 백무는 이미 칼 두 자루를 준비해 놓았다. 그냥 싱겁게 넘어가려나? 아니면, 연적관계인 아버지와 아들사이에 볼만한(?) 싸움이 벌어질 것인가?              

투르게네프의 러시아판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고, 조선판 아버지와 아들이 과연 탄생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