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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문학성을 높이는 방법

이호(李浩) 2010. 1. 17. 11:55

[스크랩]수필의 문학성을 높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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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블로그 / 블로거: 굿프렌드 

2010.1.16.

 

 

수필의 문학성을 높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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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수필에 어떻게 문학성(예술성)을 높일까?"

 

 
----아래의 내용은 "내가 쓰는 수필에 어떻게 문학성(예술성)을 높일까?" 라는 주제로 열렸던 수필워크샵에서 서울대 교수이고 수필가인 도창회 씨가 강의한 내용을 요약한 글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그러므로 수필가는 수필로 말해야 한다. 수필가는 수필을 제외하고는 의미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수필을 쓰지만 잘 쓰기가 쉽지 않다. 氏도 근 40여 년간 수필을 300편 정도 썼는데 꼽을 수 있는 것은 10편 정도란다. 한평생 수필다운 수필 한 편 쓰기가 어렵단다. 오늘의 주제처럼 어떻게 써야 수필이 신변잡기가 아닌 문학이 될 수 있는가? 이론으로는 쉽다. 그러나 이론가치고 수필을 잘 쓰는 사람이 드물다.
 

문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과학의 본질이 진리를 추구하는것이라면 문학의 본질은 미의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즉 문학의 본질은 아름다움이다. 한편의 수필을 읽고 '아름답다',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면 성공한 수필이다. 아름다운 것은 정서적이든 내용적이든 상관없다. 신문칼럼을 읽고 아름답다는 말이 나오는가? 그러므로 다음을 고려하여 수필을 써보자.
 

첫째, 주제나 소재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쓰고 싶은 소재 중에서 꼭 써야될 것만 써야 한다. 문학이 안될 바에는 소재를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대가들에게는 소재를 선택하는 천재성이 있는 것 같지만 천재성이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많이 씀으로 얻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둘째, 주제와 주제의식을 갖고 써야 한다. 주제란 수필의 중심사상, 즉 수필의 내용이 지향하는 것으로 주제의식이 없는 글은 잡문일 뿐이다. 주제의식을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가야 한다. 주제의식이란 인간의 보편적인 속성, 즉 사랑, 미움, 그리움, 아쉬움, 인정, 복수심, 정서나 서정 그 자체만으로도 족하다. 주제가 보편적이면 보편적일수록 영원하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어 영원한 예술성을 갖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주제란 '꼭 찍어서 이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썼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주제의식이 없는 글은 덤덤하고 속도감이 없다.

수필을 쓰는 기법은 '연역법'과 '귀납법'이 있는데 이것은 주제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의 방법이다. 연역법은 주제에다 근거를 두고, 쓰고 싶은 영감이 떠오르면 소재를 얻어다, 느낌을 주제에 맞추어 이끌어 나가는 방법이다. 반대로 귀납법은 주제에 근접하는 소재를 모아 놓고 나중에 주제로 귀결시키는 방법이다.
 

셋째, 수필은 자기 고백적 문학이다. 수필은 진솔한 나의 성찰이다. 사물에 대한 관찰이나 객관적인 이야기는 의견의 나열이지 수필이 될 수 없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자기 고백적이다. 자기 고백적인 글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려면 인간의 삶의 보편성을 담은 이야기여야 한다.
 

끝으로 작품의 표현능력이 중요하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문장을 잘 써야한다는 것이다. 문장이란 갈고 닦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소재나 주제라도 표현력이 부족하면 질이 떨어지는데 계획성 있는 구성과 심도 있는 문장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써야한다. 다른 사람의 글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리고 수필을 사랑하는 애착을 가지고 문학작품을 쓰겠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학에 인생을 담는 그릇은 다양하다. 소설, 시, 수필의 장르 중에 무슨 형식을 취하든지 그것은 자유다. 유리그릇, 사기그릇, 놋그릇, 무슨 그릇이든 문학을 담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기는 담되 맛깔스러운 음식을 담으면 좋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필이라는 좋은 그릇에 향내나는 좋은 음식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氏의 강의를 요약해 보면 '인간의 보편성을 지닌 좋은 소재를 선택하여 주제의식을 가지고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사물을 관찰하는 의견이 아닌)를 계획성 있는 구성과 심도 있는 문장으로 표현을 잘 하면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이론을 이해하는 것은 쉬워 보였다. 그러나 돌아서면 같은 이야기다. 이렇게 쓴 글 속에 문학성이나 예술성이 들어있다는 기준점이 무엇인가, 라는 의구심은 오히려 증폭되었다.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이라 氏께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 선배들 앞으로 용감히 나가서 물어 보었다.
 

"작자는 대단히 감동적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수필을 다른사람도 똑같이 공감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결국은 자기이야기를 쓴 수필이 신변잡기가 아닌 문학이 되었다는 지침(기준점)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氏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것은 氏에게도 평생의 숙제라고 하셨다. 평생동안 수필을 연구하고 썼지만 '이것이다' 라고 내놓을 만한 작품이 손에 꼽아지지 않는단다. 수필가가 단 한 편이라도 성공한 작품을 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작가란다. 그래서 갈수록 수필은 어려운 문학이란다.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고개를 들고 있는 나의 교만이 꽁무니를 내렸다. 나는 요즈음 신변잡기나 내세울 것도 없는 내이야기를 끝도 없이 써야하는 수필문학에 회의가 밀리고 있었다. 그래서 등단이라는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고 이제 수필 쓰는 법은 어느 정도 터득했으니 다른 그릇을 찾아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었다.
 

나는 수필이라는 물 속에 이제 겨우 발을 디밀어 놓고 그 물의 깊이를 가늠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氏는, 수필에 애착을 가지고 많이 쓰고 노력하면 물의 깊이가 다리를 건너 허리춤을 넘어 턱까지 차 오름을 느낄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40여년 수필을 사랑한 氏는 이제 겨드랑이쯤 차 오름을 느낀다고 했다. 값진 말씀이었다. 나는 이제 겨우 발을 담궜으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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