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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중음악 100대 명반]48위 송골매 ‘송골매2’

이호(李浩) 2008. 7. 30. 11:23
‘록’으로 뭉친 활주로·블랙 테트라

배철수(v·g), 김정선(g), 구창모(v·key)

김상복(b), 이봉환(key), 오승동(d)


활주로와 블랙 테트라를 합병해 송골매란 이름으로 가장 높이 날아오르기 이전에도, 이들은 각각 최고의 인기를 달리던 캠퍼스 밴드였다. 항공대의 활주로는 해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를 통해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탈춤’을 히트시켰고, 홍익대의 블랙 테트라 역시 해변가요제에서 ‘구름과 나’를 부르며 인기 캠퍼스 밴드 대열에 합류했다. 배철수와 구창모로 대표되는 이 두 밴드의 멤버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밴드를 후배 기수들에게 물려줘야 했고, 이때 처음 합병을 논의했으나 과정은 여의치 않았다. 결국 배철수는 송골매라는 새로운 밴드를 만들어 1집을 발표했고, 이후 다시 합병을 추진해 블랙 테트라 출신의 구창모, 김정선 등을 멤버로 받아들였다.

활주로의 앨범과 송골매 1집 앨범을 좋아하는 이들은 구창모와 김정선의 가세로 활주로만의 색깔이 옅어졌다고 섭섭해 했지만, 사실 각 밴드의 리더격인 배철수와 구창모는 해변가요제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의 음악에 호감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배철수는 블랙 테트라가 갖고 있는 팝적인 감성과 세련됨에 끌렸고, 구창모는 활주로가 갖고 있던 더욱 정통적이면서 투박한 매력에 끌렸다. 이렇게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두 팀은 함께 송골매 2기를 출발시키며 시너지 효과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앨범을 발표했다.

이 앨범에는 활주로와 블랙 테트라의 특성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각자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지만 결코 이질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둘이 합쳐지면서 더 매력적으로 바뀐 노래들도 있다. 송골매 1집에 수록됐던 ‘세상만사’는 김정선의 날렵한 기타와 구창모의 백 보컬이 더해지면서 더 세련되고 강렬하게 다듬어졌고, 각기 블랙 테트라와 송골매 1집에 수록돼있던 ‘내 마음의 꽃/길지 않은 시간이었네’는 이 앨범에서 하나의 접속곡으로 재탄생, 듣는 이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구창모의 팝적인 감각이 빛을 발하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두 다 사랑하리’는 송골매의 전성시대를 열게 했고 기존의 송골매가 시도할 수 없는 노래들이기도 했다. 배철수는 계속해서 활주로의 색깔을 이어나가는 데 중점을 뒀는데 ‘하다못해 이 가슴을’과 ‘세상만사’는 바로 그 대표적인 노래들이었다. 단순한 기타 리프와 그 위에서 퍼지는 하몬드 오르간, 그리고 독특한 노랫말이 어우러진 배철수의 노래들은 소위 ‘한국적인’ 록 음악이 이미 1980년대 초반에 완성됐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좋은 예다.

송골매는 이런 노래들을 앞세워 단숨에 독보적 그룹사운드의 위치에 올라섰다. 80년대는 그런 시대였다. TV에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은 가수의 앨범이 수십만장씩 팔렸나갔고, ‘록 밴드’가 주말 황금시간대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곤 했다. 송골매는 그런 시대의 상징적인 아이콘으로서 아이돌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결코 그 인기에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들려줬다.

〈 선정·기획|가슴 네트워크〉
출처 : [대중음악 100대 명반]48위 송골매 ‘송골매2’
글쓴이 : 헤르메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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