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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주체사상 大해부
<29>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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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에 대한 연재를 시작한 지 30회를 맞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망설임이 없지 않았다. 너무나 벅찬 작업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이 반'이라더니 어느덧 마지막 회를 맞게 되었다. 연재를 마감하면서 뿌듯한 감도 없지 않으나 기사가 나간 뒤 잘못 전달한 곳이 발견되기도 해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주체사상은 신문에서 다루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주제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사상을 해부한다'를 기획하고 연재한 것은 아직도 이념의 문제에서 우리가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현실 때문이었다.
주체사상은 지금도 북한사회를 지배하는 확고한 지배이데올로기로 기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쪽에서도 80년대 중반부터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세력이 대학생을 중심으로 폭넓게 확산돼 왔다. 현재도 주체사상에 대한 평가를 놓고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는 견해부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데올로기라는 비판적 입장까지 다양한 견해들이 상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남남갈등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평양에서 열린 '8.15민족통일대축전'이후 벌어지고 있는 국내상황은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평양을 방문한 명망있는 대학교수가 공공연하게 '만경대정신으로 조국통일 위업 이룩하자'고 서명하기 까지 했다. 귀환현장인 김포공항에서 벌어진 좌우익간의 극렬한 대결양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국내의 이념문제는 사그라들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주체사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북한의 입장에서 발언하는 지식인들이 사회 구석구석에 폭넓게 포진해 있다. 또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회세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오늘의 북한과 북한의 지도이념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갖는 것은 대북인식과 통일문제를 풀어가는데 필요조건일 뿐만 아니라 남남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측면에서는 주체사상을 모르고서는 북한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만큼 주체사상은 북한의 모든 분야를 규정해온 핵심 키워드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주체사상을 공개적으로 다루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있어 왔다. 주체사상을 공부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제재를 받아야 하는 위험스런 일이었다. 그것은 한국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보수진영에서 주체사상과 대결할 만한 이념과 논리를 갖지 못했고 이로 인해 자신감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그동안 정부에서 실시해온 북한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더욱 북한인식에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치군사적 현실을 외면하고 막연하게 민족주의적 동포애에 호소하는 것으로 북한을 접근하다보니 국내적으로나 남북관계에서 각종 부작용이 표출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체제이념으로 선택한 우리는 북한과 같이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사상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원주의 사회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 체제의 성격은 북한의 사상적 공세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게 했고 따라서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이념공세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일부 연구자들 역시 무책임하게 주체사상의 민족주의적 측면만 부각시키고 공산주의의 본질이나 계급주의적 성격을 외면, 본질을 호도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세계적 수준에서 냉전질서가 해체되자 한반도에도 새로운 질서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것은 북한의 붕괴를 의미했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자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조야까지 북한체제의 붕괴가 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가 널리 유포됐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북한은 수백만의 아사자를 기록하면서도 국내외의 도전을 과감히 뿌리치고 지금까지 견고하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체제가 살아남은 것은 동구사회주의와는 다른 특별한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대체적으로 그것은 '주체사상'과 '폭압적 테러기구'로 일컬어졌다.
그러나 주체사상에 대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실질적으로 주체사상을 인간중심철학으로 체계화한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는 "북한통치자들이 주장하는 주체사상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옹호하여야 한다는 사회주의사상과 노동계급의 독재를 옹호하는 계급주의 사상, 통치자를 무조건 숭배하고 충성과 효성을 다해야 한다는 봉건사상이 서로 얽혀져 있으나 이것을 한마디로 집약하면 수령절대주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주체사상의 핵심내용인 수령론에도 언급, "수령은 인민대중의 생명의 중심이고 뇌수인 것인 만큼 수령이 없는 인민대중은 정신을 가지지 못한 단순한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수령절대주의는 한마디로 "수령은 사회에서 신성불가침의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사회생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전지전능한 존재라는 사상"이라는 것이다.
기자는 주체사상을 연재하면서 주체사상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을 접할 수 있었다. 연재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주체사상을 이해하는데 황잡엽 전비서의 저작들에 크게 힘입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필자는 국내 일부 주체사상에 대한 연구물중 북한체제와 이념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해설해 놓은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무리 주체사상을 적극적으로 평가한다고 해도 결국 오늘의 북한은 주체사상이 구현된 사회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끝나버린 이데올로기의 시대에 아직도 이를 붙들고 다퉈야 하는 국내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hs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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