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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주체사상 大해부
<28> 주체사상의 변화 전망
주체사상의 변화는 북한의 변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북한은 그동안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이를 뒷받침하는 담론들을 끊임없이 창출해 왔다. 김정일시대에 들어와서 주체사상의 하위담론으로 새롭게 등장한 것만 해도 붉은기사상, 군중시사상, 과학기술중시사상 등이 있다. 북한은 지금 국내외의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북한은 정보산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천이데올로기가 과학기술중시사상이다. 과연 주체사상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황장엽의 주장처럼 이미 파산해 버린 것일까. 아니면 새시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잔명(殘命)을 유지-보존해 나갈 것인가.
김정일시대의 주체사상
주체사상은 1950년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북한현실에의 창조적 적용'의 의미로 출발하였다. 초기 주체사상은 △사상에서의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를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체사상은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벗어나 김일성주의→김일성-김정일주의→김정일주의화 과정을 거쳐 왔다. 특히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이후 김정일에 의해 '버팀과 인내의 집단적 의지'를 강조하는 '붉은기사상'이 대두됐다. 수령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사상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체제붕괴 위기를 간신히 넘긴 북한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1998년 하반기부터 보다 낙관적 담론인 '강성대국론'을 내놓는다. 특히 1999년 신년 공동사설은 "우리의 사회주의 강성대국은 위대한 김정일동지의 사상으로 일색화된 주체의 나라이다"라면서 김정일사상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김정일시대에 등장한 또다른 대표적인 이데올로기로 '군중시사상'을 들 수 있다. 군중시사상은 '선군정치', '선군혁명영도', '선군후로의 정치방식' 등으로 표현됐다. 선군정치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엄혹한 상황을 벗어나면서 당면문제 해결을 위해 군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등장했다. 또한 군사국가화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정일의 국방위원장 취임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기능했다.
과학중시사상은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3대기둥론(정치-사상, 군사, 경제)에 입각해 경제강국 건설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단번도약'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정보기술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선택, 굴뚝산업을 거치지 않고 첨단산업을 통해 경제회생을 꾀해 보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중시사상은 경제강국 건설과 동일한 의미를 가질 정도로 김정일시대의 새로운 발전전략의 핵심사상으로 자리잡았다.
주체사상의 위기
주체사상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으면서 체제규정력을 급속히 상실해 가고 있다.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을 대외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의 변용으로, 국내적으로는 수령절대주의로 선전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인간중심철학을 앞세운다.
탈북자들에 의하면 북한주민들은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자신이다', '자기 운명을 개척해 가는 힘도 자기자신에게 있다'는 명제를 주체사상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북한 전역이 기아에 허덕이면서 이런 명제들이 북한체제를 뒤흔드는 이데올로기로 역기능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자신'이라는 명제는 철저한 집단주의체제인 북한에 '이기주의'의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난 속에서 북한주민들은 집단주의에 대한 신념이 약화되면서 자기자신과 가족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적 인간으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다. 그 극단적인 형태가 범죄로 나타나고 있다. 이기주의는 북한 주민들 뿐만이 아니고 당간부를 비롯, 체제유지의 첨병인 보위부, 안전부, 군대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출구없는 경제난이 북한 유일체제를 뒷받침하는 주체사상을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주체사상의 진로
북한체제는 무엇으로 지탱하고 있는가. 주체사상과 군사력이다. 그러면 어느 것이 체제를 보위하는데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가. 소련의 붕괴과정을 참고할 때 군사력보다는 오히려 사상이 우선한다. 김정일과 북한 지도부는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사상적 오염을 가장 경계해 왔다. 그런데 최근 견고한 줄 알았던 사상진지가 무너져내리고 있다. 북한당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선군정치를 강조한 측면이 강하다. 사상적 통제가 먹히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대안은 철저한 물리적 통제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사상교양은 김일성-김정일부자의 혁명역사와 개인숭배 이데올로기를 내용으로 한다. 적어도 50여년동안 북한은 외부로부터의 정보유입을 철저히 차단, 체제의 내적 통일을 확고하게 지켜왔다. 북한은 이제 개혁-개방의 문제를 놓고 기로에 서 있다. 체제유지를 위해 '고난의 행군'을 연장하느냐, 아니면 생존을 위한 개혁-개방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은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부분적 개혁-개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고차방정식을 푸는 해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개혁-개방을 뒷받침할 새로운 논리들을 개발해 나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정일의 절대권력을 보장해주는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약화시키는 어떠한 기도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끝나버린 이념의 시대에 이념에 기대 체제생존을 유지하려는 북한체제에 본격적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될 때 주체사상의 운명도 종언을 고할 가능성이 크다. hs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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