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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한방에 일본이 울었다 (북경올림픽 야구)

이호(李浩) 2008. 8. 22. 19:55

북경올림픽 야구

 

 

             이승엽의 한방에 일본이 울었다

 

 

<사진: 연합>22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올림픽 야구 준결승 한국 대 일본 경기에서 한국이 역전 승리,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연합>8회말 투런 홈런을 치고 환호하는 이승엽

 

 

한국 야구대표팀은 22일 우커송스타디움에서 열린 북경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8회말 이승엽의 투런 홈런으로 승기를 잡고, 9회초 일본의 공격을 잘 막아  6-2 로 승리를 거뒀다.

8회말 이승엽(32, 요미우리 자이언츠)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가  역시  승부의 고비였다. 예선 리그에서 타율1할 3푼 6리로 극도로 부진했던 이승엽.

 

일본 팀은 이승엽을 잡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승엽은 바깥쪽 낮게 흐르는 슬라이더, 몸쪽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 그리고 몸쪽 높은 직구에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야구 데이터 분석팀의 분석결과가 그렇게 나와 있다.

 

이날 준결승전에서도 일본팀의 포수 야노(矢野)는, 철두철미하게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공으로 이승엽과 승부하려 했고, 이승엽은 그런 공에 삼진과 더블 플레이를 당하는 등,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8회말 1사 주자 1루의 상황에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일본팀의 포수 야노(矢野)는 이승엽을 앞에 두고 이날 처음으로 이승엽의 몸쪽으로  이동�고, 그리고 투수 이와세(岩瀨)에게 몸쪽 낮은 공을 던지게 했다.

그리고 이 공을 얻어맞은 것이다. 몸쪽 낮은 공은, 상술했드시  이승엽의 3대 위크 포인트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보통은 이 장면에서 이승엽은 헛스윙을 한다.

 

그러나 이날의 몸쪽 공 이 한개가 아주 조금 가운데쪽으로 쏠렸고, 이승엽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이 공을 받아친 것이다. 일본팀 투수의 실투라기 보다는, 이승엽의 집중력의 승리였다.

일본에서 경기할 때 이승엽은, 아주 많이도, 이런 공에 헛스윙 삼진당하기가 일쑤였다.

 

그야말로 "국민타자"와, 타율은 더 떨어져 타율 1할대의  '삼진타자' 사이의 극명한 갈림길이 된 이승엽의 8회말 타석이었다.

 

이 한방으로 이승엽은 라이언 킹-(한국)국민타자-요미우리 자이언츠 중심타자로서의 명예와 위용을 회복했고, 일본에서 계속 프로생활을 할 수 있는 튼튼한 계기를 마련했다.

 

이승엽의 이 한방으로 일본 열도는 탄식에 잠겼다.

야구를 생활의 일부로 여기며 야구를 사랑하고 즐겨온 일본인들.

이번 북경 올림픽 팀의 구성에 있어서도, 일본은 획기적인 결단을 내렸었다. 

 

정식경기로 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에는 아마추어선수를 참가시켰고,  2000년의 시드니 올림픽에는 프로-아마추어 혼성팀응 내보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는 프로선수들만으로 팀을 편성했지만, 프로 8개 구단중 1구단에서 2명씩만을 선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즉 올림픽 기간중이라 해도 일본의 국내프로야구를 더 중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북경 올�픽을 앞두고는, 좋은 선수라면 어느 구단에서든지  무제한으로 뽑도록 해주었고, 올림픽기간중 국내프로야구도 사실상 중단시키기로 했다. 그 만큼 일본이 이번 북경올림픽 야구에 건 기대와 희망은 남다른 것이었다.

(실제로는 올림픽 기간중 몇게임 정도는 일본국내 프로야구를 치루고 있으나, 이것이 각 구단의 승패수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고 있다.   )

 

 이렇게 일본프로야구리그의 전폭적인 협력하에, 그리고 국가적 지원을 업고 탄생한  "호시노 저팬"(호시노 감독이 이끄는 북경올림픽 야구 일본국가대표팀)은, 일본국민들의 비원이 담긴 (정식좀목으로 채택된 이후의) 올림픽에서의 첫 야구 금메달을 따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그런데 22일  열린 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완패함으로서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탄식과 신음소리가 일본열도에 울려 퍼지고 있다. 일본의 숙원인 금메달의 목표는 이번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패전후, 스탠드에서 선 채로 응원하고 있던 일본 팬들도,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말을 잃고 아래쪽만 처다보면서 망연자실했다. 양손에 얼굴을 묻고 있는 남성, 그라운드를 처다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여성의 얼굴도  TV화면을 타고 비쳐졌다.

 

한국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북경으로 날아간 호시노(星野) 감독의 두 딸과 손자들도 눈물을 머금었다.

 

아~ WBC에서 왕정치(王貞治) 감독과 그 딸들에겐 그렇게도 좋은 선물(?)을 안겨준 한국 야구대표팀이, 이렇게 호시노 일가(一家)를 울리다니......ㅎ

 

한국팀이 일본을 이겼으니,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해야할 일이겠으나, 우리는 호시노 감독을 위로할 수 있는 승자로서의 아량을 가져야할 것이다.

 

(왕정치 씨는 본토 중국국적을 가진 중국인이고, 호시노 감독은 비록 이번 올림픽에서 김경문 감독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기는 했으나 친한국계<親韓國系>일본인으로 알려져 왔다.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그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설<說>도 있다.)

 

 

<사진>운명의 8회말, 이승엽이 역전 투런 홈런을 치자, 한국 선수들은 하이 파이브, 일본 밧테리는 망연자실.

 

<사진>홈런을 친 이승엽이 그라운드를 돌고 있고, 홈런을 맞은 이와세(岩瀨) 투수는 모자를 만지작...

 

                <사진>경기가 끝나고 김경문 감독과 호시노 감독(右)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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